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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현대화폐이론 - 돈을 마음껏 찍어내는 것이 가능할까? ②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은 무엇인가.

 지난 포스팅에 이어서 MMT가 어떤 이론인지 간단히 알아보고, 왜 각광을 받고 있는지 살펴본 뒤, 정말 MMT는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자. 메리츠증권의 이승훈 애널리스트가 2019년에 발간한 '현대화폐이론(MMT): 개요, 쟁점, 그리고 견해'를 참고하였다.


MMT이론의 특징

 MMT이론은 ① '통화를 독점한 정부'가 완전 고용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② 이를 위해 정부가 가진 발권력을 무제한적으로 이용하는 재정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특징을 도식화한 그림이 다음과 같다.

출처: 이승훈의 경제脈 '현대화폐이론(MMT): 개요, 쟁점, 그리고 견해'

그림을 보면, MMT를 세면대에 비유를 해놓았는데, ①에 해당하는 수전은 정부와 중앙은행의 지출, 즉 화폐 발권력을 말한다. 앞선 포스팅에서 말했듯, 이 이론의 가장 큰 특징은 중앙은행과 정부를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데에 있기 때문에, 발권력이 곧 정부에 귀속되어 있는 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②에 해당하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시장에 풀리는 돈의 양이 되고,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빠져나가는 하수구(④)에 해당하는 개념이 정부가 걷어들이는 세금이 된다.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가는 물의 양을 조절하는 물마개(③)는 정부의 조세정책을 의미하게 된다. 
오른쪽 그림을 보자. 수도꼭지에서 지나치게 물이 많이 나와서 세면대에 물이 차다 못해 흘러넘치게 되는 모습이 인플레이션을 의미하게 된다. 

정리하면, MMT는 정부가 발권력을 이용해서 내보내는 돈의 양을 조절하여, 시장에 해당하는 세면대에 물을 적절한 양을 채우면서 인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고, 만약 세면대에 차는 물이 흘러넘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더라도, 물마개를 크게 열어 하수구를 통해 흘러나가는, 즉,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금의 양을 많게 하면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흐름을 보인다.

이를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특징을 정리해보자.

① '정부'의 발권력이 인정된다(정부=중앙은행으로 취급).
② 정부는 예산제약이 없어 재정수입과 재정지출 간의 균형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③ 수입을 생각하지 않고 재정지출만 크게 늘려 재정적자가 무한정 늘어나도 문제가 없다.
④ 경기과열이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세금을 늘리거나, 국채를 발행하여 가라앉힐 수 있다.

개인적으로 경제 이론을 잘 알지 못하지만, ①번 특징은 이론 자체가 전제로 깔고 가는 거니 그렇다 쳐도, ②번 특징에서부터 현대 경제학과 크게 엇나가는 이론임을 알 수 있다. 현대 경제학은 정부의 조세를 통한 재정수입과 재정지출 간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이를 철저히 무시하는 특징을 MMT는 갖는다.


미국은 왜 MMT에 열광하나

 가장 큰 이유는 앞선 포스팅에서 설명하였듯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 간의 관계를 결정짓는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 경제학의 핵심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론이 실제로 먹혀들고 있지를 않으니, 그에 대한 타계책을 찾는 가운데 MMT 역시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두번째 이유로는 재정적자가 무한대로 늘어나도 괜찮다는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국회의원들이다. 정치인들은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합리적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현대 경제학에서 중시하는 재정수입과 재정지출 간의 균형 유지를 위해 정치인들은 2가지 변수 모두를 고려해야 하지만, MMT가 실제로 시장에서 먹혀드는 이론이라면 재정수입은 신경 쓰지 않고 재정지출만 생각하면 된다.

경제학 이론이 정치적 행위의 정당성을 옹호해주는 근거가 되는 것이 아쉽긴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앞선 포스팅에 소개한 김단테님의 영상에서도 정치권이 이 이론을 근거로 실제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시행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정말 MMT는 실행가능한 이론일까?
 먼저 이 부분은 내 개인적 견해임을 밝힌다.(경알못!) 

 1971년 금본위제를 탈피한 이후, 화폐나 가상화폐라는 개념이나 마찬가지로 돈은 결국 신뢰의 문제로 이어지는 시대가 되었다. 이 화폐에 대한 믿음이 대중에 의해 확고하다면, 그 화폐는 돈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다. 달러는 기축 통화기 때문에 전세계적인 신뢰가 확실하다. 하지만, 달러가 맨 처음부터 기축통화였는가. 달러라는 기축통화 역시 파운드라는 기축통화의 신뢰가 무너지면서 그 지위가 넘어오게 된 것이다. 미국의 재정 정책 하나가 전세계 수많은 국가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이런 세계의 중심에 있는 미국의 화폐가 무한정 찍혀나오게 되면,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는 과연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미국 정부를 다른 나라들은 신뢰할 수 있을까? 결국 본질은 다시 신뢰의 문제로 돌아가게 된다. 즉, 미국 정부가 모든 이에게 신뢰를 충분히 줄 수 있을만한 근거가 필요로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 부분에 대해 찾아보다가 홍춘욱 박사님의 유튜브에서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vpBr1R0-VM 

출처: 유튜브 채널 '홍춘욱의 경제강의노트'

미국을 대상으로 MMT를 생각해보면, 혹자는 이미 MMT가 진행이 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상이 순식간에 변화하지는 않듯이, 경제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김단테님의 영상에서처럼 1이 갑자기 2가 되고, 2가 갑자기 3이 되는 변화가 아니라, 1이 1.2가 되는 것 역시 변화이기 때문에, 그 변화를 빨리 인지하고 발맞춰 나아가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중요할 것이다. MMT 이론을 공부하면서 즐겁기도 했지만, 이제 인류가 컨트롤할 수 있는 돈의 영역이 지나치게 넓어져 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먼훗날 정말 이 돈을 컨트롤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또 어떤 위기를 맞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