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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부

현대화폐이론 - 돈을 마음껏 찍어내는 것이 가능할까? ①

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대두되는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은 무엇인가?

 많은 경제 유튜버들을 구독하고, 그들이 영상을 올릴 때마다 관심 있는 영상을 찾아가며 보는데, 그 중에 가장 나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브 채널이 '이루다 투자일임'의 대표이신 '김단테'님의 채널이다. 여기는 들어가서 보면 되게 유익한 내용은 많은데 뭔 소린지 도무지 알아 먹을 수가 없어서 공부를 하게끔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채널인 것 같다.(경제 무식자 기준입니다.)

최근, 이 채널에서 정말 흥미로운 주제의 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돈을 무한정으로 찍어내면 정말 괜찮은걸까?

돈을 무한정으로 찍어내면 정말 괜찮은걸까? - YouTube

출처: 유튜브 채널 '내일은 투자왕 - 김단테'

 이 영상에서는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경기부양책으로 어마어마한 양적완화를 실시하려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설명하는 경제이론인 '현대화폐이론(Modern Monetary Theory, MMT)'을 설명하고, 정말 이 이론대로 돈을 무한정 찍어내도 인플레가 오지 않을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물론, 여태껏 겪어보지도 못한 상황을 처음 맞닥뜨리고 있기 때문에 이 영상에서도 이 이론이 성공할 것이다, 실패할 것이다를 결론짓지는 못한다. 당장 내일도 예측하지 못하는 인간이 세계 경제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겠는가. 그럼에도 영상에서도 나오다시피 굉장히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경제학계에서 거의 이단으로 취급받는 이 이론이 왜 이렇게 핫한 주제가 되었고, 인플레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로서 이 이론에 대해 공부해보고자 한다. 


출처: 네이버 단어검색 '인플레이션'

 최근 미국의 물가 상승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미 연준(FED)이 인플레이션 판단 척도로 삼는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지수가 지난 해보다 3.1% 상승하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하면서 Core PCE는 1999년 이후 최대, CPI는 최근 13년 이래 최대라는 뉴스가 나오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처: 한국경제TV ''인플레 지표' 4월 미 근원 PCE 물가지수 3.1% 상승...1999년 이후 최대'

 향후 10년간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코로나로 인한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이든이 당선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정말 돈을 풀 수 있을까? 그리고 2008년 경제위기 이후로 13년째 인플레이션 우려는 계속 늘고 있는데 왜 정말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는걸까?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는 이론이 바로 현대화폐이론이다.

 현대화폐이론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제이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나 역시도 비전공자이고, 경알못이기 때문에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 틀릴 수도 있고, 꼭 이해하고 넘어갔어야 하는 내용인데 포함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근데 뭐, 여긴 내 경제 일기장이니까 누가 뭐라해도 어쩔 수 없지 뭐;;


1. 중앙은행

 먼저 중앙은행의 개념부터 알아야 하겠다. 현대 경제이론에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을 구분하고 있지만, MMT에서는 이 둘을 동일한 주체로 보기 때문에 여기서 가장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라 하면, 미국의 FED, 한국의 한국은행 등이 있을 수 있겠고,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은 정부의 개입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으로서 기능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기능을 해야할까? 통화 가치의 보존을 위한 것이 가장 크다. 정부의 요구에 따라 중앙은행이 돈의 가치를 조절하게 되면, 정치적 견해에 따라 통화 가치가 움직일 수도 있다. 요즘 같이 포퓰리즘이 심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때에,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선거가 다가오는 시기에 정부의 요구로 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확 풀어버리면, 원화의 가치는 확 떨어질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실시하는 것은 또 정부의 권한이기 때문에, 중앙은행은 정부와 평소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위치에 있는 기관임에는 틀림이 없다.

2. 필립스 곡선

 간단히 말하면,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은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곡선이다. 이 이론이 나온지 어느덧 60년이 훌쩍 넘고 있기 때문에 필립스 곡선의 한계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증명이 되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금까지 통화정책의 가장 큰 뿌리가 여기서 나오기 때문에 간단히 설명하도록 하고, 이 곡선이 2010년대 이후로도 적용이 가능한 지에 대해서 보고자 한다.

출처: Wisenomics '필립스 곡선의 의미와 평탄화 현상'

기존의 필립스 곡선은 위의 그림처럼 인플레이션 vs. 실업률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실업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어야 했고,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플레이션을 유도해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실생활에서 간단히 생각해보자. 인플레이션율은 임금의 상승률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임금이 상승하면 그만큼 돈을 많이 받게 되고, 시장에 풀리는 돈이 많아지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같은 물건을 사는데 더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므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기 때문이다. 실업률이 높다면,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임을 의미하고, 이 상황에서는 임금 상승이 크지 않을 것이다. 임금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해고하고 다른 사람을 갖다가 앉히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자리가 너무 많아서 너도나도 직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실업율도 줄어들고 직원을 모셔가기 위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임금도 자연스레 상승하게 될 것이다. 이를 도식화한 것이 필립스 곡선이다.

 그런데 영상에도 나오다시피 Economist지에 "The Philips curve may be broken for good(필립스 곡선이 영원히 사라질 지도 모른다.)"라는 글이 실린다. 이 글의 첫 그림이 영상에 나온 그림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해볼 수 있다. 

출처: The Economist 'The Philips curve may be broken for good'

위 그림은 인플레이션율(Y축)과 경기적 실업(X축)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결국 필립스 곡선을 그렸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경기적 실업'이란, '실질 실업률 - 자연 실업률'을 말한다. '실질 실업률'은 현재의 실업률이라 이해하면 되고, '자연 실업률'이란 경기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딱 중간의 상황이라고 가정했을 때 나타날 실업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 그래프에서는 X축의 우측으로 갈수록 실질 실업률이 자연 실업률보다 높으니까 실업률이 높다고 볼 수 있겠고, 좌측으로 갈수록 실질 실업률이 자연 실업률보다 낮아서 (-)값이 나오는 것이니 실업률이 낮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 그럼 그래프를 해석해보자. 전통적인 필립스 곡선은 짙은 파란색 점들이 찍힌 모양이 나와야한다.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은 반비례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로 올수록 그 그래프의 기울기가 평탄해진다. 1985년부터 1994년에는 그 이전 시기보다 그래프가 완만해지더니, 1995년 이후에는 그래프가 거의 한 일(ㅡ)자가 되어버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실업률이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이 줄어들었던 과거와 달리, 실업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임을 확신할 수가 없어지는 시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업률이 늘었는데 인플레이션도 심화될 수도 있고, 실업률이 줄어들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하나를 내어주고, 하나를 취하는 정책을 써왔던 이전과 달리, 하나를 내어줬는데 다른 하나도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되었다는 것은, 결국 이제 통화 정책의 수정이 불가피한 시기가 왔음을 의미하게 된다.


 여기서 MMT는 ⓛ 정부와 중앙은행을 하나의 주체로 취급하여 통화를 발행하는 '발권력'이 결국 정부에 있고, ② 정부의 한 해 예산은 세금을 통한 재정수입과 채권 등의 부채를 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약이 없이 마음껏 만들어낼 수 있으며, ③ 조세 제도는 그저 화폐 가치 보존, 즉 인플레이션 방지를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특징에서 주목을 받게 된다. 

MMT의 주장으로는, 그냥 돈을 찍어내서 실업률만 줄여놓는 게 가장 우선이고, 그로 인해 발생하게 될 인플레이션은 세금을 많이 걷거나 국채를 발행해서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단순한 이론이 아닌가. 

다음 포스팅에서는 MMT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이 영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인 MMT는 정말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