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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2. <한국의 부자들> - 한상복

사진 출처: Yes 24

휴가기간에 맞춰 본가에 남아있는 경제서적 중에 남아있는 유일한 책을 집어 들었다. 겉표지가 노랗게 변색된 17년 전에 출판된 <한국의 부자들>.

별생각 없이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는 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 만에, 아니 3시간 정도 만에 300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완독 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부자 되는 길에는 공식이 있다.

즐겨 찾아보는 유튜브에 등장하는 자산관리사이자 꽤 유명한 책들을 펴낸 저자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이 맞다는 걸 17년 전 출판한 책을 17년 후의 내가 읽어보고 나서 깨달았다.

부자 되는 길에는 공식이 있으면 왜 부자가 그렇게 적냐. 공식은 이론이다. 실전에서는 그 공식을 적용하는 등 부딪힐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다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수학 문제를 맞닥뜨렸다. 문제를 읽고 이 문제가 어떤 개념을 요구하는지를 꿰뚫어 보는 것이 문제 풀이의 첫걸음이다. 그 첫걸음을 넘어서면 이제 그 개념에 해당하는 공식을 떠올린다. 반복적 습관을 통해 체득해야 자동적으로 떠오를 테니 문제에 주어진 상황과 공식을 자주 시뮬레이션해봐야 금방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공식은 진리가 아니다. 예외인 상황에서 적용되는 공식은 또 다를 수 있다. 그러니 그런 변수를 생각해봐야 한다.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우리는 그 공식을 문제 풀이의 해법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단숨에 해결하려면 수많은 문제를 풀어봐야 한다. 즉, 똑같은 개념을 요구하는데 다른 문장으로 제시된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봐야 능숙하게 문제를 푼다는 말이다. 부자가 되는 길도 마찬가지. 공식을 알면 뭐하나. 그 공식이 언제 활용되는지를 모르면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 꼴이 나는 것을.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한 가지 확신을 주었다. 내가 여태 부를 쌓기 위해 공부해온 것이 잘못된 길이 아니었으며, 17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자들은 이 길을 통해 부를 얻었음을. 그러니 나는 이제 내가 아는 이 지식을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활용할 수 있도록 체득하고 연관 짓고 시뮬레이션해가면서 적용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 다행이다. 내가 해 온 공부가 잘못된 방향이 아니었어서.


다른 책들과는 다른 이 책의 특징은, 이미 부자가 된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사회초년생인 나의 입장에서는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배울 점이 꽤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장 특징적인 점은 '부자가 되는 데 있어서 결혼, 그리고 배우자의 영향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물론 요즘도 결혼은 자신과 맞는 사람과 하는 것이 정석적이지만, 정말 부자가 되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살아왔어도 돈을 대하는, 재산을 대하는, 특정 사회 현상을 대하는 태도마저 닮아가야만 부자가 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크지도 않을 뿐더러 '내가 부자가 되고 나서 배우자를 행복하게 해 주면 될 일 아닌가'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배우자도 나와 마찬가지로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길을 걸어야 결혼 이후에도 부자라는 길을 쭉 걸어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아, 이러면 안 그래도 까다로운 내 결혼 상대 기준이 더 까다로워지겠는걸...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역시 우리나라의 독특한 부동산 시장 문화에 있다. 이 책에서 예로 드는 대부분의 부자들은 부동산 사업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고, 부를 쌓아 올리는 가장 근본에 있는 투자 방법 역시 부동산이었다(물론 적금 등을 통한 투자 자금 모으는 것을 제외하고.). 

지금도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는 골머리를 썩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시장이 갖는 경제적 의미는 너무나도 그 비중이 크기에 부동산에 대한 공부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된 것 같다.


'온고지신'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틀린 말 하나 없다. 20년 가까이 된 책이 아직도 내 방 책장에 꽂혀 있음에 한 번 감사하고, 그 내용이 지금 나의 경제 공부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니가 가는 길이 맞아'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음에 또 한 번 감사한다.